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값싼 노동력의 조선인 일본과 멕시코로 팔려 가다

by 깊은쌤 2024. 5. 4.

거리로 나온 나는 조선의 참담한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놀랐다.

값싼 노동력 조선인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고베 전철 건설을 위해 일본 전철업자들은 값싼 노동력인 조선인 1천5백 명을 뽑아 오기로 하고 경상도 지역에 모집책들을 보냈다. 도청과 군청 등의 협조를 받아 일본에 가면 일본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는 등 고급 대우를 해주겠다 라는 말로 가난에 시달리던 농민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일단 일본으로 건너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공사 인원보다 2배에서 3배 많은 조선인들을 데려와 이중 일부만 쓰는 수법으로 노동자들의 목줄을 졸랐고 임금 역시 일본인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지급했다. 그마저도 툭하면 떼어먹기 일쑤였다. 밀린 임금을 달라는 요구조차 못 하고 싸늘한 시체로 버리는 일 또한 흔했다. 1995년 8월 19일 자 경향신문 기사다. 이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에 조선 농민들이 정당한 임금을 주겠다는 일본인들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가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죽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맥락은 소설 만세전에 일본인들의 대화로 언급된다. 소설은 조선인에 대한 일제의 가혹한 노동력 착취 행태를 방증하듯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만세전의 굵은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이인화는 서울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 준비를 한다. 이인화는 귀국하는 배 안의 욕실에서 조선인인을 멸시하는 일본인들의 대화를 듣고 식민지 백성의 비애를 느끼며 부산에 도착한다. 서울행 기차 안에서 이인화는 비굴한 노예가 되어 있는 조선의 현실을 절감하고 구더기 무덤이라며 절규한다. 시모노세키와 부산 그리고 김천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이인화는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 밑에서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조선 민중의 현실을 발견한다. 서울의 집에 와 보니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유종을 아내는 앓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방치한 채 아버지는 술타령이나 하면서 재래식 의술에 맡겨 결국 죽게 만든다. 이인화는 구더기가 들끓는 공동묘지 같은 답답한 조선을 떠나 진실된 삶을 찾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불쌍한 아내 그리고 사랑보다는 연민이 앞섰던 가련한 아내를 생각하면서 탈출하듯 다시 동경으로 떠난다.

만세전과 애니깽 함께 모아 보기

만세전은 한 지식인의 눈에 비친 3. 1 운동 이전의 암울했던 식민지 현실을 그린 중편 소설이다. 주인공은 도쿄의 유학생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물음도 조선의 현실에 대한 인식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한 그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으로 잠시 귀국하는 과정에서 민족의 참담한 삶을 목도하고 이에 울분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이 작품은 원래 신생활지에 묘지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실제로 작품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이 무덤과 같다는 생각인 것이다. 작가는 조선의 현실을 구더기가 들끓는 묘지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나약한 지식인이었던 주인공 이인화는 작품의 결말에서 묘지처럼 느껴지는 조선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 주기보다 도망치듯 도쿄로 떠나고 만다. 비록 현실에 대한 인식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한계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이러한 여정은 조선의 암울한 현실을 자각하는 계기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당시의 현실과 주인공의 심리를 병행하여 서술함으로써 1920년대의 중심 문제였던 자아와 개성에 대한 확장된 인식을 보여 준다. 그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개인의 존재를 사회적 현실과의 연관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근대 소설의 한 특징을 잘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만세전과 결이 닮은 희곡 애니깽 또한 노동자로 이민을 갔던 조선인들의 비참하고 참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작품은 구한말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 간 조선인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쓰였다. 백성들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황실과 고관들의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모습 그리고 타국의 농장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민족의 수난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마침내 힘겹게 조국을 찾아온 조선 노동자들은 멕시코 국적을 가진 밀입국자로 몰린다. 이후 그들은 수감되고 임금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은 결국 좌절되고 작품은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국가의 기능이 상실되고 지도자가 무능력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정서적 육체적 난민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