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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심장박동소리, 어린 부모와 늙은 자식은 그렇게 만났다.

by 깊은쌤 2024. 4. 8.

지학사외 다수의 교과서에 수록된 두근두근 내 인생은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다.

 

대수와 미라 그리고 '나'

 

대수와 미라는 17살에 '나'(아름)을 낳고 '나'의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생활한다. '나'는 '조로증'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지만 엄청난 병원비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그러던 중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입원을 한다. 방송 후 '나'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열일곱 살 동갑내기 소녀 이서하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비슷한 점이 많았던 둘은 빠르게 친해졌고 서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그들 나름의 연애를 시작한다. 갑자기 서하에게서 연락이 끊기자 '나'는 서하의 소식을 궁금해한다. 그러던 중 서하가 불치병에 걸린 열일곱 살 소녀가 아니라 서른여섯 살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시력을 잃고, 어느 날 병실에 낯선 사람이 찾아와 '나'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나'는 그 사람을 서하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 후 상황이 악화되어 '나'는 중환자실로 옮겨지는데 그동안 자신이 쓴 글을 인쇄해 달라고 한 후 보고 싶을 거란 말을 하며 눈을 감는다. 작품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이의 시선으로 세상과 온전한 삶에 대한 소망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서두에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라고 표현된 것처럼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름이를 낳아 기르면서 '미숙한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경험할수록 성숙해지는 부모'인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아름이는 조로증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며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설렘을 보여 주는데 이는 독자에게 삶의 의미와 소중함을 생각해 보게 하며 깊은 감동을 준다.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열일곱 살에 생을 마감한다는 다소 슬프고 어두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경쾌한 문장과 참신한 통찰로 그려 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와 서하

'나'의 삶에서 서하와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만남 중의 하나다. '나'는 서하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경험해 보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서하가 서른여섯 살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는 서하로부터 처음 편지를 받고 서하에게 답장을 '잘 쓰려' 하지만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도 버거워한다. '나'는 '글로 배운 연애' 탓을 하지만 사실은 서하와의 만남이 '나'에게는 첫사랑의 설렘이기 때문이다. 서하와의 만남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나'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엄마로 인해 중단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엄마, 아빠와의 관계에만 한정됐던 '나'의 세계가 더 넓게 확장될 수 있었다. 서하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 관계는 깨지게 되었지만 '나'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에게 평범한 일상을 알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처럼 서하와의 소통은 '나'에게 관계의 폭을 넓히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어린 부모와 늙은 아들이 대비된다. 열일곱 살에 미라와 대수는 서로 사랑을 하다 아들 아름을 낳지만 미성숙한 부모였다. 반면 열일곱 살 아름은 조로증에 걸려 여든 살 노인의 몸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들로 이들의 삶의 이야기가 서로 대비되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나'는 또래 아이들처럼 때 묻지 않은 십 대 소년의 심성을 간직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병과 싸워 오면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애늙은이의 모습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정신적으로 성숙해졌고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아프거나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생각이 깊다. 작품의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두근두근은 심장 박동 소리로 작품 속에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것은 '나'가 미라의 뱃속에 있을 때와 서하에 대한 사랑을 느낄 때 그리고 죽음을 느낄 때였다.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곧 경험하게 될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그리고 첫사랑을 경험하게 될 때 '나'의 심장에서 사랑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나'는 병상에서 아버지를 안았을 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버지의 두근거림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