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짧게 훑어보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나는 임시 반장이 되었다는 이유로 최기표와 재수파에게 린치를 당한다. 얼마 후 가정 방문을 온 담임 선생님은 '나'가 계속 반장을 맡아 주기를 바라지만 나는 친한 친구 형우를 추천한다. 반장이 된 형우는 시험 날 모범생들과 짜고 기표에게 답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원치 않는 도움에 기분이 나빠진 기표는 재수파들을 불러 형우를 때린다. 하지만 형우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도 기표를 고발하지 않음으로 자신을 의리의 사도로부각한다.한편 형우와 담임 선생님은 본인의 동의도 없이 기표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알리고 모금 운동을 벌인다. 이 이야기는 곧 미화되어 신문에 실리고 영화로까지 제작될 상황에 이른다. 반장과 담임 선생님의 합법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 기표는 결국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도망친다.
소설 우상의 눈물 이해하기
교육현장을 무대로 사랑과 호의를 가장한 위선의 문제를 파헤친 소설이다. 이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상생 가치 및 성숙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소설과도 연관된다. 성장소설은 한 인물이 외부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겪게 되는 내면적 갈등과 성장을 주로 담고 있는 소설을 말한다. 또한 갈등을 통해 그 사회가 요구하는 자신의 역할뿐만 아니라 개인의 고유한 가치도 깨닫게 된다. 우상의 눈물에서 낙제생 최기표는 문제아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학생들을 괴롭힌다. 물리적 폭력을 통해 자신을 감추고 학급을 지배하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장악하려는 담임과 성적 좋고 통솔력 있는 반장 임형우는 악에 물든 그를 사랑으로 구원하고자 한다. 형우는 무리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할 지경이 되지만 사실을 발설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난한 기표를 돕는 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편에 서서 그를 이해하려는 사랑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사랑이다. 담임도 질서 밖으로 벗어난 학생을 다시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위선적인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구성원 모두를 하나로 만들려는 그 질서는 일종의 억압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같은 반 학생인 1인칭 관찰자인 '나'의 시선을 통해 전달한다. 작품은 우리 모두 누구에게나 상처를 줄 수 있으며 합법적인 권력이 더 무서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유대감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한다.
닮은 듯 다른 엄석대를 통해 깨닫는 사회적 통념
소설은 엄석대라는 급장을 중심으로 전형화된 권력과 그의 주변에서 쉽게 달아오르고 무섭게 변절하는 반 아이들의 기회주의 근성을 그려간다. 또한 권력의 무상감과 거기에 기생하는 변절적 순응주의를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권력의 형성과 몰락 과정을 국민학교 교실이라는 축소되고 집약된 공간을 통해 조명해 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절대 권력이 지닐 수밖에 없는 허구성과 그 형성 배경은 주변의 방조와 묵인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그렇게 형성된 권력이 제도와 질서라는 미명 하에 군림한다는 비극적인 현실 또한 보여 준다. 이것이 바로 엄석대 왕국의 세계이다. 여기서는 민주적 사고방식이 철저히 외면당한다. '나'의 체제 저항과 도전은 결국 좌절하게 되고 절대 권력 엄석대 주변에는 곡학아세 하는 어용과 굳어진 대세를 추인하는 무능한 담임 그리고 사회의식이 결여된 학급 아이들. 즉자적 인물들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 체제로의 가능성이 없었던 환경은 새 담임에 의해 변혁을 겪는다. 엄석대 체제의 붕괴다. 그러나 엄석대의 권위와 횡포는 다수의 아이들의 힘에 의해 물러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정확히 인식한다. 새 담임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반 아이들의 반성과 자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나 역시 복종의 달콤함에 안주하고 말았을 것이다. 작품은 과거의 사건으로 성장한 '나' 한병태가 회상하는 형식이다. 나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한다는 한계에 절감한다. 이렇듯 이 소설에는 지적 허무주의도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지인의 수다로 인기 드라마를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유명 사진작가의 후배가 그녀의 갑질을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결국 SNS로 이슈몰이 했던 후배의 거짓은 모두 드러났다. 유명작가는 갑질을 한다. 그 손아래 후배는 무기력하게 당한다. 가난한 학생은 정서적으로 불행할 것이다. 반장정도 되는 모범생은 훌륭한 인재일 것이다. 과거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심리학 관련 자격을 준비하는 경찰과 스터디한 적 있다. 말에 따르면 가난하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문제아가 많다는 것이다.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불편한 사회적 통념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