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기 전 살펴보기
작가 박경리는 전 5부 16권으로 1969년부터 1994년에 걸쳐 26년간 소설 토지를 집필하였다. 그동안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그리고 만화 등의 다양한 매체로 각색되어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토지는 한말의 몰락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최 씨 일가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고난사를 생생하게 형상화하였다. 이런 점에서 토지는 우리 문학사에서 기념비적 대하소설이다. 토지는 인간 삶의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면을 탐구한 작품으로서의 의의가 크다. 재물과 애욕으로 갈등하며 저마다의 한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그 한을 원동력으로 더욱 강인하게 생명을 이어 나가는 다양한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언어 예술 차원에서도 토지는 사투리와 속담 그리고 격언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한국어가 지닌 미적 특질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한국 소설사에서 손꼽는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하소설 토지의 굵은 줄거리
구한말 하동 평사리 최 참판댁 윤 씨 부인이 남편과 사별 후 동학당 김개주에게 겁탈을 당해 낳은 아들 환이 구천이란 이름으로 최 참판댁 머슴이 된다. 구천은 이복형 최치수의 부인인 별당 아씨를 사랑하여 그녀와 지리산으로 도망치나 별당 아씨는 죽고 만다. 이어 귀녀의 음모로 최치수가 살해되고 윤 씨 부인마저 전염병으로 죽게 된다. 이러한 틈을 타 최치수의 먼 친척 되는 조준구는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최치수의 어린 딸 서희와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려는 음모를 꾸민다. 한편 평사리 농민 용이는 부모의 반대로 무당의 딸 월선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본부인 강청댁과 사별 후 임이네와 관계를 맺어 아들 홍이를 얻는다. 고아가 된 서희는 최 참판댁 심부름꾼인 고아 김길상과 몸종 봉순이 그리고 머슴 수동이 등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준구에게 맞서 보지만 역부족이다. 흉년이 들고 조준구의 횡포가 심해지자 마을 사람들이 야밤에 최 참판댁으로 쳐들어가고 그 틈을 타 서희는 길상과 용이 등과 함께 간도로 도망친다. 간도 용정에 정착한 서희는 빼앗긴 재산을 되찾고 집안을 일으키려는 집념으로 장사에 전념한다. 길상과 공 노인의 도움으로 서희는 큰 재산을 모으고 길상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는다. 봉순은 기생이 되어 이름을 날리게 되고 용이는 월선과 용정에서 국밥집을 하지만 실패한다. 용이가 죽은 후 월선은 홍이와 함께 살다가 암으로 죽는다. 서희는 길상과 공 노인 등의 도움으로 조준구로부터 빼앗긴 재산과 토지 문서를 되찾고 귀향하지만 간도에 남아 독립운동을 하던 길상은 계명회 사건으로 구속된다. 서희의 두 아들 중 환국은 와세다 대학에 유학하고 은국은 3.1 운동에 참가하여 정학 처분을 받는다. 출옥한 길상은 암자에서 관음 탱화를 그리고 동학을 재건하려 하다 다시 투옥된다. 소련의 참전 소식을 접한 서희가 길상을 걱정하며 서울로 가려할 때 일본이 항복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세영 작가의 만화 토지와 복덕방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의 만화는 원작의 내용을 만화 작가가 수용한다. 그 다음 서술자를 통해 수용 결과를 다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만화가가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생산하였는지 독자는 알 수 있다. 만화 토지는 만화가 오세영이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만화로 재구성하였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그렸다 하더라도 만화는 그림이 위주이고 소설은 문자로 된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만화 토지와 소설 토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독자는 그림이라는 요소와 관련지어 원작의 내용 전개나 표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심으로 감상함이 옳다. 또한 문학과 만화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살피는 것도 독자의 몫이라 할 수 있겠다. 오세영 작가는 이태준의 복덕방도 만화로 표현해 주었다. 이태준의 초기 단편 소설들은 현실의 삶에서 좌절한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은 직장을 잃어버린 실직자이거나 쓸쓸하게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며 또한 실연의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삶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 걸을 빗겨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에서 발견되는 짙은 허무와 패배주의적 의식은 이태준의 문학의 반근대주의적 미의식을 말해주는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태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의 형상은 개인적 성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식민지 현실과 모순된 근대라는 일상의 조건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만화 토지를 비롯 복덕방에서 이러한 원작의 성격들을 만화 속에서 작가가 얼마나 잘 담고 있는지 독자는 면면히 살펴 독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