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민족의 아픔이 탄생시킨 분단소설 광장과 장마

by 깊은쌤 2024. 4. 26.

명준은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 어느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환멸을 느낀다.

분단소설

분단소설이란 6. 25 전쟁 이후 고착된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창작된 소설을 일컫는다. 분단 소설은 주로 이념 갈등에 의한 분단의 모순과 문제를 다룬다. 이산가족의 아픔과 상처의 이유 그리고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과 노력 또한 소설의 주제로 다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최인훈의 광장을 비롯 윤흥길의 장마와 황석영의 한 씨 연대기 그리고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이 있다. 이 중 <광장>은 남과 북의 이념적 대립 상황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분단 현실에서 남북한 사회가 지닌 이념적 허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했다. 그러다 은혜와 태어나지 못한 아이의 표상인 갈매기를 따라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현실적 한계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남북 분단 상황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지닌 인물을 그려 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1954년 2월 21일 6. 25 전쟁 당시 전쟁 포로였던 88명이 인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군과 남한군 포로 76명은 남과 북 어디로도 가길 원하지 않았고 중국군 포로를 포함 12명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갈등과 대립의 한편에 서기를 거부하고 제3의 선택을 했던 것이다. 사실 이들은 뚜렷한 사상적 지향에 따라 중립국을 선택했다기보다 전쟁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제3국을 선택했다는 의견이었다. 각국의 이민 1세대가 되어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전쟁의 상처를 붙들고 살아가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고 소식지는 전했다.

최인훈의 광장

대학에서 철학을 배우는 이명준은 아버지가 월북하여 북한에서 고위 관리가 된 탓으로 경찰에 호출되어 심한 취조를 받는다. 이 충격으로 남한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 그는 월북하여 노동 신문 기자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가 알게 된 것은 북한이 혁명은 없고 혁명의 화석만이 남아 있는 곳이며 진실하고 개성적인 삶은 불가능한 잿빛 공화국이라는 사실이었다. 북한에서도 환멸을 느끼던 명준은 무용수인 은혜를 만나게 되고 6. 25 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으로 참전한다. 낙동강 전선에서 간호원이 된 은혜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지만 은혜는 전사하고 명준은 포로가 된다. 휴전이 성립되고 포로 교환이 있을 때 그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의 나라인 중립국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인도행 배에서 바다에 투신하여 자살하고 만다.

또 하나의 분단소설 장마

6. 25 전쟁으로 서울에 살던 외할머니는 시골의 딸네 집으로 피난을 내려온다. 그곳에서 친가 할머니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주인공 동만의 삼촌은 빨치산이 되어 산속 생활을 하고 국군 소위인 외삼촌은 소대장으로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아들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는다. 이로 인해 할머니는 빨치산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는 분노하며 결국 두 할머니는 서로 반목하는 사이가 된다. 빨치산 소탕 작전으로 가족들은 삼촌이 죽었을 것으로 믿지만 할머니만은 점쟁이의 말대로 아들의 생환을 굳게 믿으며 아들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예언한 날이 되어도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구렁이 한 마리만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할머니는 졸도를 하고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데 외할머니는 구렁이에게 말을 붙이며 위로하고 동네 아낙의 말에 따라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구렁이를 보낸다. 그 후 할머니는 외할머니와 화해를 하고 일주일 후 숨을 거둔다. 이 작품은 6. 25 전쟁을 배경으로 서술자인 나의 시각을 통해 한 집안에 발생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화해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데올로기 대립을 보이고 있는 인물들은 나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로 이들은 좌우의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자신의 아들들로 인해 대립하고 있다. 그들의 화해는 전통적이며 토속적인 무속 신앙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이데올로기 때문에 만들어진 대립 상황은 전통적 정서에 바탕을 두고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작가는 나이 어린 소년을 서술자로 택하여 사건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로써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루고 정신적으로 미숙했던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