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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문학

by 깊은쌤 2024. 8. 11.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에는 두 남녀의 사랑이도 담겨있다. 이 점에서 연애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장과 전장

38선 바로 아래 위치한 황해도 연백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던 주인공 남지영은 6. 25 전쟁이 일어나자 서울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지영은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오르지만 한강 철교가 끊어져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지영의 가족은 인민군 치하에 살면서도 공산주의자인 남편의 형 기훈이 돌봐 주어 별 탈 없이 지내게 됩니다. 인천 상륙 작전의 성공으로 인민군이 후퇴하고 국군이 서울을 되찾게 되자 기석은 붙잡혀 갑니다. 지영은 친척인 국회의원을 찾아가 기석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지만 무위로 끝나고 기훈은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됩니다. 지영의 가족은 1. 4 후퇴 때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가 어머니 마저 잃자 부산으로 피란하게 됩니다. 한편 빨치산이 된 기훈은 가화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화를 좋아하던 장덕삼은 가화와 기훈에게 자수를 권합니다. 경찰의 색출 작전이 심해지고 장덕삼의 오발로 가화가 죽게 되자 기훈은 장덕삼을 죽입니다. 이후 기훈은 자수를 거부하고 사라집니다.

소설의 의의

작품은 기석 일가가 한국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의 지영과 기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지영 중심의 시장과 공산주의자인 기훈 중심의 전장이라는 두 공간을 축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시장과 전장은 삶을 위한 다툼의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생계유지를 위한 삶의 공간이라는 점과 달리 전장은 삶과 죽음의 두 갈림길 속에서 삶을 택하려는 처절한 다툼의 공간으로 그 목적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과 전장은 유사한 빛깔을 지니면서도 서로 맞닿아 있는 하늘과 바다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변화합니다. 부역자의 아내로 몰린 지영과 빨치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훈은 곧 전쟁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물의 입장에서 전쟁의 상황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엄밀하게는 전쟁을 고발하고 비판하기보다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이 옳겠습니다. 지영은 집안일을 책임지며 그녀의 어머니 윤 씨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삶의 역경을 이겨 내며 생활의 터전을 찾아나가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또한 기훈은 자신이 선택한 이념을 끝까지 사수하는 냉정함을 지닙니다. 이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근간에 휴머니즘적 요소의 삽입을 작가는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이념과 전쟁의 본질이 무엇이며 더불어 삶의 본질은 또한 무엇인지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합니다. 박경리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소외 그리고 낭만적 사랑에서 생명 사상으로의 흐름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토지나 파시 등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존엄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한이 등장하며 이 한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박경리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여정임을 독자는 알 수 있습니다.

전후소설

전후 소설은 한국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혼란과 비극이 한 개인이나 집단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을 의미합니다. 전후 소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전쟁의 현장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와 본성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둘째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피란민들의 참담한 생활과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실향 의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셋째 전쟁 후 모든 것이 폐허가 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넷째 대체로 작품의 갈등 구조는 내면적이고 사회적으로 복잡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작품 시장과 전장에서 노인은 총과 군모도 없고 갈기갈기 찢어진 옷을 입은 채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어오는 국군 패잔병을 보고 그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자신의 저고리와 고무신을 벗어 주며 따듯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피란민의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안위를 더 걱정하고 그에게 인정을 베푸는 헌신적인 삶의 모습으로 전쟁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 사회에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완서의 작품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는 6. 25 전쟁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품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루는 것과 동시에 그 이면 혈육조차 버리고 모른 체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후소설은 다양한 인간 삶의 형태를 다각화해 보여줌으로써 인간 내면의 본질을 낱낱이 드러내기 좋은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