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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권력자의 모습을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다

by 깊은쌤 2024. 7. 9.

학급의 문제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힘의 논리에 굴종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아우를 위하여

형은 군대에 간 아우에게 유익하고 힘이 될 만한 말들을 써 보내기 위한 일환으로 자신의 국민학교 시절의 일을 회상합니다. 서울이 수복된 상태에서 주인공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합니다. 서울의 국민학교 상급반 교실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메뚜기라는 별명을 가진 담임 선생님은 부업에 정신이 팔려 학급을 제대로 이끌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영래라는 아이가 아이들의 환심을 사게 되는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반장이 됩니다. 영래 패거리는 아이들을 집단행동으로 몰아가고 이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폭력까지 행사합니다. 통제하기 용이하다 판단한 담임은 이러한 영래 패거리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여깁니다. 패거리의 횡포에 노출된 교실은 어느 날 교생 선생님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녀는 영래의 불합리하고 불의한 태도를 타이르고 비판하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도하려 합니다. 주인공 '나'는 이러한 교생 선생님의 노력에 영향을 받고 무관심으로 정의가 짓밟히는 현상에 항거할 용기를 얻습니다. 교생 선생님께 불만을 가지게 된 영래 패거리는 교생 선생님을 비방하는 내용의 종잇조각을 수업 중 돌리고 이에 '나'는 화가 납니다. 그리하여 종잇조각을 돌린 종하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 이것을 계기로 영래 패거리의 위협에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저항하게 됩니다. 결국 영래 일파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해당 작품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액자식 구성의 단편 소설입니다. 6. 25 전쟁 후 서울의 어느 국민학교 교실의 모습을 통해 사회 부조리와 불의한 세력의 횡포를 우의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불의에 대한 굴종에 익숙하던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독재 정권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짓밟던 사회 현실을 빗대어 풍자하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주인공 '나'가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의식이 성장하고 성장된 의식을 행동화함으로써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성장 소설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주인공 '나'는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의 명문 국민학교에서 시골의 초라한 학교로 전학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학급 반장 엄석대를 만납니다. 엄석대는 담임 선생님의 두터운 신임과 아이들의 절대적 복종을 받으며 군림하고 있습니다. 엄석대는 나보다 월등한 학업 성적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터라 주인공 '나'는 저항해 볼 방도를 찾지 못합니다. '나'는 엄석대의 폭력과 위압 그리고 비행을 담임선생님께 고발도 해보지만 시기와 질투로 인식되어 배척받고 소외마저 당합니다. 결국 엄석대에게 굴복하고 동조하며 그의 시혜를 받기에 이릅니다. 6학년이 되자 민주적 의식을 가진 새 담임 선생님의 개혁 의지로 엄석대 체제는 몰락하게 됩니다. 학급은 새로운 체제의 환경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허우적거리지만 점차 용기를 얻고 민주적 질서를 찾아갑니다. 세월이 흘러 사회인으로 성장한 나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엄석대에 대한 일종의 향수마저 느낍니다. 그러던 중 피서길에서 수갑을 차고 경찰에 붙들려 가는 엄석대를 만납니다. 그날 밤 나는 잠든 아내와 아이들 곁에서 늦도록 술잔을 비우게 됩니다. 해당 단편 소설은 이문열의 작품입니다. 엄석대라는 급장으로 전형화된 권력과 그의 주변에서 쉽게 달아오르고 무섭게 변절하는 반 아이들의 기회주의적 근성을 그려나가면서 권력의 무상함과 거기에 기생하는 변절적 순응주의를 동시에 비판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권력의 형성과 몰락 과정을 국민학교 교실이라는 축소되고 집약된 공간을 통해 조명해 본 작품입니다. 절대 권력이 지닐 수밖에 없는 허구성과 그 허구성의 형성 배경이 결국 주변의 방조와 묵인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권력은 제도와 질서라는 미명하에 군림한다는 비극적 현실 또한 보여줍니다. 민주 체제로의 가능성이 없었던 환경은 새 담임에 의해 변혁을 겪습니다. 엄석대 체제의 붕괴입니다. 그러나 엄석대의 권위와 횡포는 다수의 아이들 자신의 힘에 의해 물러간 것이 아님을 주인공 '나'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6학년 담임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반 아이들의 반성과 자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나' 역시 복종의 달콤함에 안주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작품은 주인공 한병태가 회상하는 형식입니다.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었으나 병태 역시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한 한계를 절감합니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지식인적 허무주의 또한 짙게 깔려있음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비교

황석영의 단편 아우를 위하여에서는 주인공 '나'가 불의의 굴종하는 수동적인 삶으로 지내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을 접하게 됩니다. '나'는 이를 실천에 옮겨 집단행동을 강요하고 학급 친구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영래 패거리의 폭력에 저항합니다. 이문열의 단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는 절대 권력을 지니며 반 아이들의 이기적인 속성을 교묘히 이용합니다. 주인공 병태 또한 현실의 부조리에 좌절하고 순응하며 결국 엄석대의 독재에 길들여져 자발적인 충성을 하게 됩니다. 문학 작품은 이처럼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냅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는 동안 작품 속에 나타나는 삶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면 작가가 원하는 진정한 성찰의 궤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