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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계층간의 문제를 드러내는 기생충과 난쟁이

by 깊은쌤 2024. 4. 12.

영화 <기생충>이 언급된 2019년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문화 영역 7번문항 입니다.

 

영화 <기생충>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아버지와 해머 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 그리고 명문대 지망 4 수생 장남과 딸 김기정. 이렇게 네 식구는 반지하 집에서 살아가는 백수 가족이다. 그들은 윗집이나 근처 카페에서 나오는 무료 와이파이에 매달리고 피자박스 접기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 집안은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소독차가 다니는 날이면 공짜로 집안 소독이나 하자며 창문을 닫지 않는다. 게다 주정뱅이가 노상방뇨하는 것까지 반지하 창문 너머로 지켜보는 것이 일상인 가족. 이러한 나날을 보내는 저소득층 네 식구가 장남의 친구 소개로 고소득층 가족의 집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꾸준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저소득층 가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면서 고소득층 가족의 집에 하나둘씩 침투하게 된다. 이를 통해 두 가족 간의 긴장과 유쾌하면서도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냄새와 계획 그리고 상하 구조 등을 통해 사회적 계급과 가족 간의 관계를 다양한 측면으로 탐구한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를 겨냥해 부유한 사람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점을 강조하였다. 

 

 

재개발 사업 구역 및 고지대 건물 철거 지시를 받은 낙원구 행복동 46번지 마을이다.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서울 낙원구 행복동에 사는 '난쟁이'네 다섯 식구는 그 지역이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므로 정해진 기일 내에 건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받는다. 그들은 아파트 입주권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주권을 헐값에 팔게 된다. 이사를 가기 전날 막내 영희가 사라진다. 어머니는 영희가 영수와 영호가 다니던 공장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더욱 어려워진 집안 형편을 보다 못해 돈을 벌러 나갔으리라고 생각한다. 영호는 영희가 비행접시를 타고 날아갔다는 주정뱅이의 말을 듣고 밤새워 기다려 보지만 비행접시도 영희도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영희는 아파트 입주권을 팔던 날 어떻게든 그것을 되찾아 볼 양으로 자기 집 입주권을 사간 사나이를 따라나선다. 그의 집에서 생활하며 기회를 엿보던 중 영희는 사나이를 마취하고 입주권을 찾아 도망친다. 영희는 입주 신청을 하고 옛날 살던 집으로 돌아오지만 식구들은 이미 떠났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마저 듣는다. 영희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오빠들을 만나는 꿈을 꾸고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혼내 줄 것을 힘주어 당부한다. 

 

매체가 주는 메시지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난쟁이 가족을 통해 1970년대의 사회적 상황과 개발 중심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가난하여 소외되는 힘없는 도시 서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산업화 과정 중 공장이 있는 도시 지역으로 몰려들어 주변에 판잣집을 짓고 무허가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정비 정책으로 판자촌의 철거가 진행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밀려나게 된다. 소설은 경제적 고난이 삶 전반의 고통으로 확장되는 난쟁이 가족의 모습을 통해 산업화로 인한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직시한 작품이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이점에서 작품은 시대에 대한 고민과 전망이라는 소설의 보편적 덕목을 충실히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설국열차> 그리고 <옥자>에서도 이 같은 빈부격차와 산골소녀의 따뜻함 그리고 도시 속의 차가움까지 이 모두를 적절히 비교했다. 대체적으로 감독의 영화는 장르를 막론하고 모두 사회문제의 고발이라는 일관된 특성이 있다. 서사 패턴과 영상 언어의 표현 역시 뛰어나다. 한국 전통문화에 입각하면서 당대의 사회 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영상 미학적인 필체 또한 가지고 있다. 시이영의 <공사장 끝에>라는 시가 있다. 이 작품도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절제된 언어로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장르가 자유시와 서정시의 특성을 갖추었음에도 대화체 형식을 활용하여 긴장감을 고조시켜 주었다.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비롯해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작품이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양산되는 이유는 너무나 견고해져 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민중 스스로 당연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경종의 메시지인 듯 보인다. 오늘 문득 조세희 작가의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