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와 고독의 서울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겪는 현대인의 고독과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김승옥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상징적인 표현 그리고 냉소적인 어조는 인간의 고립과 소외라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나'와 대학원생 '안' 그리고 서적 외판원인 '사내'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지극히 개인화된 존재들이며 특별한 이름이 없이 '김'과 '안' 그리고 '사내'로 불릴 뿐이다. 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는 서로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이들은 각자가 지향하는 목표나 가치 체계가 없으며 서로의 관계 또한 단절되어 있다. 1960년대로 시간을 되돌려 보면 그 시기는 근대화의 병폐와 자본주의의 모순이 싹트기 시작한 때였다. '나'와 '안' 그리고 '사내'는 현실을 작동하는 질서에서 소외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서울이라는 문명화된 도시에서 느끼는 것은 절망감과 권태뿐이다.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은 4.19 혁명과 5.16 군사 정변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1960년대 혼돈의 상황에서 고립되고 파편화된 존재로서 현대인이 겪는 소외의 양상을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그렸다. 또한 작가 김승옥은 전쟁 후의 피폐하고 극한적인 상황에서 겪는 인간 실존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적 일상성을 경험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세련된 문체로 형상화하였다. 그는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수법으로 도시화로 인한 소통의 단절과 익명성을 그려 냈고 '우리'가 아닌 '나'의 의미를 근대 도시 속의 독자에게 전하였다.
작품에 관한 짧은 소회
1964년 겨울의 어느 날 밤 서울의 선술집에서 '나'와 '안' 그리고 낯선 사내가 처음 만나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다.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어서 시신을 팔고 온 사내는 그 돈이 찜찜해서인지 그날로 돈을 다 써 버리자며 나와 안에게 동행을 부탁한 것이다. 그래서 함께 중국집에도 가고 불구경도 하는 등 돌아다니지만 나와 안은 사내의 자살을 막지 못한다. 여관에 투숙하여 각자 방을 잡고 들어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내가 자살해 있었던 것이다.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자살을 막을 수 없을 만큼 피상적으로 변하여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인정하기는 싫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돈을 불 속에 버리고는 다시 돈이 필요해지자 밤중에 월부 책값을 받으러 가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내의 모습을 어리석고 나약하게 그린 맘에 들지 않는 구석도 있으나 어찌 됐거나 현재 우리 사회의 병든 자화상을 잘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이 그리운 서울 사람들
'나'와 국영 기업 비서실장 김성달과 고교 교사 유경수 그리고 TV 가게를 하는 최진철은 모두 시골 출신으로 서울에 정착해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각박하고 현기증이 나는 서울에서 벗어나 시골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이윽고 나와 친구들은 여행을 떠나 버스를 타고 강원도에 있는 읍으로 향한다. 흥이 난 일행들은 종착지에서 백 리나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간다. 나와 친구들은 자신들을 수상히 여기는 이장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처음에는 김치나 우거짓국뿐인 밥상에 흥겨워하지만 그들의 흥은 이내 곧 깨지기 시작한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김성달과 맥주 타령하는 최진철 그리고 TV 쇼를 보고 싶어 하는 윤경수 등의 일행은 떠나온 서울의 삶을 그리워하며 서둘러 상경하기로 한다. 차를 놓친 일행은 산행을 하게 되는데 산 중턱의 초가집에서 술 취한 작부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로 인해 일행은 모두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숨이 막힐 듯 답답한 시골을 떠나 서울로 돌아와 커피와 생맥주를 마시며 안도감을 느낀다. 최일남의 소설 서울 사람들은 문명화된 사회에 편입되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도시인들의 허위의식을 개성적 문체와 사실적 배경 등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나'와 친구들은 서울이라는 공간에 정착해 각박한 삶을 살아가며 시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안식과 즐거움을 누리고자 했으나 이미 익숙해져 버린 도시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마음의 고향마저 상실하게 된 도시인들의 비극적 현실과 문명적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삶에 지칠 때 우린 소설 속 김성달이나 유경수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삶의 철학이나 기준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곧 탈출이 선물한 일상을 지루해한다. 단순한 도피는 또 다른 도피처를 갈망하게 된다. 마치 그것이 현대인의 숙명인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