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
어느 시골 개울가에서 한 소녀가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진 후 달아나고 소년은 그 조약돌을 간직합니다. 개울가에서 다시 만난 소년과 소녀는 논과 산에서 놀며 친해집니다. 산을 내려오는 도중 소나기가 쏟아지고 흠뻑 젖은 이들은 수숫단 속으로 몸을 피합니다. 잠시 후 비가 그치지만 도랑에 물이 불어 소년은 소녀를 업고 도랑을 건넙니다. 그 후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해쓱해진 얼굴로 개울가에 나온 소녀는 많이 앓았다는 사실과 조만간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려줍니다. 소녀에게 대추를 선물 받은 소년은 소녀에게 줄 호두알을 만지작거리며 소녀를 만나 볼까 고민하다 잠이 듭니다. 그러다 잠결에 소녀가 여러 날 앓다 죽었는데 죽기 전 자신이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1953년 신문학에 발표된 소설가 황순원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로서 서울에서 온 소녀와 시골 소년의 순수한 사랑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소나기처럼 짧게 끝나 버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에 뚜렷한 갈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특징이며 황순원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돋보입니다. 특히 결말 부분은 여운을 남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안타깝고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주로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납니다.
황순원 원작 염일호 각본 소나기
황순원의 원작 소나기를 재구성하여 쓴 염일호 각본의 소나기는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 등이 원작과 조금은 다른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본 소나기에서는 어머니의 재가로 인해 소녀는 증조부인 윤 초시에게 맡겨집니다. 소년은 자신의 반으로 전학을 온 소녀에게 점차 마음이 갑니다. 어느 날 소년은 봉순이가 몰래 교실에서 가져간 분필을 소녀가 가져간 줄 알고 자신이 가져갔다고 말해 선생님께 혼이 납니다. 그 뒤 소년은 개울가에서 자신이 신던 찢어진 검정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리는데 이를 주운 소녀는 양평댁에게 부탁해 고무신을 꿰매어 소년에게 돌려줍니다. 6. 25 전쟁을 겪으면서 큰돈을 번 장 씨는 윤 초시의 집을 사려고 눈독을 들입니다. 개울가에서 다시 만난 소년과 소녀는 함께 산으로 놀러 갔다가 소나기를 만납니다. 수숫단 속에서 비를 피하던 중 소녀가 소년에게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이후 둘은 더욱 가까워집니다. 간단한 각본 소나기 줄거리를 통해 원작과는 일부 다른 면들이 보입니다. 우선 장 씨와 봉순 그리고 양평댁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나오지 않은 사건들도 존재합니다. 소년이 개울가에서 잃어버린 검정 고무신을 소녀가 찾아준다던지 또 장 씨가 윤 초시의 집을 사려고 눈독을 들인다던가 하는 흐름은 황순원의 원작과 다른 면들로 확인됩니다.
영화 클래식
어느 여름 시골 외삼촌 집으로 놀러 온 준하는 마을에 온 국회의원의 딸 주희를 만나게 되고 주희의 제안으로 강 건너 귀신의 집으로 놀러 가게 됩니다. 소나기가 내리고 타고 온 배까지 떠내려가면서 두 사람은 별 수 없이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둘은 그렇게 추억을 간직한 채 주희는 시골을 떠나고 준하도 방학이 끝나 수원의 고등학교로 돌아가며 헤어지게 됩니다. 준하는 주희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태수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던 준하는 편지를 받는 당사자가 주희였음을 알게 됩니다. 준하의 마음을 모른 채 태수는 학생제 초대권을 준하에게 주고 준하는 주희의 학교에 방문하게 됩니다. 이후 태수 몰래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태수 몰래 만남을 가지던 주희는 태수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준하 역시 괴로운 심정으로 태수에게 사실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태수는 주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음을 알고 오히려 둘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그렇게 준하와 주희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던 중 편지 한 통이 빗물로 인해 주소지 불명 반송됩니다. 태수네 집에서 이 상황을 알게 되고 아버지는 주희가 국회의원의 딸이라는 이유로 정략결혼을 포기할 수가 없다며 태수에게 심한 매질과 억압으로 압박합니다. 괴로움에 자살을 시도하는 태수를 보며 충격받은 준하는 주희를 포기하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준하는 졸업 후 군에 입대하여 맹호부대 소속으로 월남 파병을 가게 됩니다. 파병 반대 시위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태수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주희는 파월장병 환송식에서 준하를 찾게 되고 준하에게 목걸이를 쥐어주며 살아 돌아오라고 외칩니다. 준하의 부대는 작전에 투입되어 전투를 벌이다 베트콩의 공세가 심해져 퇴각하게 됩니다. 어렵게 헬기 접선장소에 도착한 준하는 주희가 준 목걸이가 죽은 전우의 손에 남겨졌음을 뒤늦게 알고 목걸이를 찾기 위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갑니다. 목걸이를 찾고 부상당한 전우까지 발견해 둘러업은 후 다시 헬기가 있는 곳으로 퇴각하던 준하는 눈앞에 떨어진 포탄을 맞고 쓰러집니다. 나름의 행복과 여운을 남긴 채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감독이 소설 소나기를 모티프로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수많은 창작자들이 다채로운 간접의 경험을 위해 왜 그토록 다독하려 하는지 영화 클래식이 시작되고 소나기의 장면들을 조금씩 느끼면서 문득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