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제목이기도 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변두리 작은 '초원사진관'을 2대째 운영하는 정원과 주차 단속원 다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일상을 담담하게 이어가며 삶을 즐기고 있다. 어느 날 다림이 사진관에 사진을 현상하러 오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다림은 정원의 사진관을 자주 찾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정원은 자신의 병을 다림에게 말하지 않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다림은 정원을 기다리지만 정원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는 죽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감독은 죽음 앞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다움과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주인공이 겪는 여름과 겨울은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와 연극의 역사적 배경과 그 차이점
영화는 19세기말 발명된 이후 20세기 초부터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무성영화가 주를 이루었고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즈 싱어'와 같은 유성영화가 등장하며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한국 영화의 경우 역사적 배경을 다룬 작품들이 많으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영화의 시작 시점과 다르게 연극은 고대 그리스의 Dionysia 축제에서 비롯되었다. 이 축제에서는 Dionysus를 기리기 위해 연극 경연이 열렸고 이것을 서양 연극의 기원으로 여긴다. 중세 시대를 거치며 종교극으로 발전했고 르네상스 기간에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극작가들이 등장하며 연극은 더욱 세련된 예술 형태로 발전했다. 동양 연극은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노와 가부키 및 한국의 탈춤 등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가 반영된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영화와 연극은 각각의 매체가 가진 특성을 살려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문화적 수단이 되었다. 연극과 영화는 두 가지 다른 예술 형태로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제작방식에 있어 영화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카메라를 사용해 영상으로 제작하는 반면 연극은 희곡을 기반으로 하여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연기한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덜 받으며 다양한 장소와 시대를 넘나들 수 있지만 연극은 한 무대에서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라이브 공연이기 때문에 관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영화는 편집된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점 또한 다르다.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무대와 소품, 배우의 연기로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마이크를 통해 세밀한 소리까지 포착할 수 있어 비교적 사실이다. 그러나 연극은 큰 소리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액션이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연극은 매 공연마다 새롭게 창조되고 공연이 끝나면 그 순간의 예술은 사라진다. 반면 영화는 필름으로 보존되어 영구적인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각각의 예술 형태가 가진 독특한 매력과 한계를 만들어 낸다. 영화와 연극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은 다르지 않다.
희곡 <원고지>와 <8월의 크리스마스>
이근삼 작가의 희곡 <원고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기형화 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소재로 하여 현대인의 무의미한 일상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인 대학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 글쓰기만 하는 무기력한 인물로 묘사되며 그의 가족은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교수는 저녁 8시를 아침인 줄 알고 출근하려 하고 장남과 장녀는 부모에게 용돈을 요구한다. 감독관은 번역 원고 쓰기를 독촉하고 천사는 교수에게 과거를 회상시키다 사라진다. 부조리극의 대표적인 형식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갈등의 발전 구조가 없고 각 장면의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상황을 희극적으로 과장한다. 이 작품에서 유사한 행위나 무의미한 대사가 반복되는 것은 일상적 삶의 무의미함과 무가치함을 나타낸 것으로 거대한 조직 사회 속에서 개인의 위치가 축소되고 인간이 소외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이근삼 작가의 <원고지>를 비교하면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소외감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의 차이점은 표현 방식과 주제의 처리에서 나타난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와 연기 그리고 음악 등을 활용하여 감정을 전달한다. 그러나 <원고지>는 무대와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까지도 수능특강에 거론됨과 동시에 과거 2012년 5월 모의고사에 출제됐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시나리오>. 이와 함께 이근삼의 단막극 <원고지와 > 비교해 보는 내용이 지학사 고등 문학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므로 해당내용을 참고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