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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눈으로 바라본 사랑손님과 어머니와의 사랑

by 깊은쌤 2024. 6. 23.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문학이라는 언어 형식이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사랑

여섯 살 난 옥희와 홀로 된 어머니 그리고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촌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는 집에 아버지의 친구가 하숙을 들게 되면서 사건은 전개됩니다. 아저씨는 옥희에게 어머니에 대해 묻고 어머니는 옥희가 아저씨 방에 놀러 갈 때 예쁘게 단장시켜 놀러 가게하고 또 아저씨가 좋아하는 달걀을 많이 사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드러냅니다. 아빠가 없는 옥희는 아저씨와 점차 친해지면서 아저씨가 아버지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기만 합니다. 어느 날 옥희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유치원에서 꽃을 몰래 가져와서는 그만 아저씨가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 또한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얼굴이 빨개지며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하고는 그 꽃을 찬송가 책갈피에 끼워 소중히 간직합니다. 하루는 밤에 아저씨 방에서 놀다가 졸려 안방으로 가려고 일어서는데 아저씨가 하숙비라며 하얀 봉투를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봉투를 받아 들자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데 거기에는 하숙비와 함께 네모로 접은 하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며칠 후 어머니가 아저씨에게 손수건을 갖다 드리라고 합니다. 그 속에는 무슨 종이 같은 것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을 받은 아저씨의 얼굴이 곧 파래졌습니다. 어머니는 구슬픈 곡조의 풍금을 타기 시작합니다. 며칠 뒤 아저씨는 다시 돌아올 것이냐는 옥희의 물음에는 대답도 않은 채 짐을 챙겨 떠났습니다. 어머니는 옥희의 손을 잡고 뒷동산에 올라 아저씨가 탄 기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산에서 내려온 후 어머니는 지금까지 열어 두었던 풍금을 닫은 후 쇠를 채웠습니다. 찬송가책에 꽃아 두었던 꽃송이도 꺼내 버리며 아저씨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정리합니다.

 

유교적 관습이 뭐길래

주요섭의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젊어서 과부가 된 어머니와 죽은 아버지의 친구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이 발표되던 당시 우리 사회는 재혼을 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과거로부터 내려온 관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로서는 사랑손님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이 알려지면 본인은 물론 6살 딸아이 옥희에게까지 마음의 상처를 입혀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관습은 사람이 지닌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도록 개인의 감정을 지배합니다. 소설은 사랑손님이나 어머니 대신 꼬마 아이를 서술자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유는 6살 옥희가 사회적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의 관점에서 상황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리하여 단순하고 통속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보일 뻔했던 그들을 독자들은 응원하게 됩니다. 독자는 옥희의 시선을 따라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습의 무게를 내려놓고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모습만을 지켜보게 됩니다. 결국 뿌리 깊은 사회적 관습이 그들을 이뤄질 수 없게 만들었음에 대해 독자는 비판하기까지 이릅니다.

 

서술자와 독자와의 관계

소설 속에서 1인칭 서술자와 3인칭 서술자를 구분하는 방법은 서술자의 위치를 살펴보는 것으로 소설 속에 직접 등장하는지 아닌지를 살피면 됩니다. 서술자가 소설 속에 직접 등장하여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한다면 1인칭 서술자이고 소설 속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제3의 관점으로 전달하면 3인칭 서술자가 됩니다. 1인칭 서술자는 다시 1인칭 주인공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구분합니다. 소설 속에 직접 등장함과 동시에 주인공으로서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되고 등장은 하지만 주인공을 관찰하여 전달하는 입장이 되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됩니다. 그러므로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옥희의 시점 즉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옥희의 시점이 통속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나름의 장점도 있으나 인물의 내면을 정확히 서술하는 어려움 또한 갖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추측이 가능은 하지만 실제 어머니가 아저씨에게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로써 독자는 어머니와 사랑손님 간의 관계에 깊숙이 몰입하여 고민하게 되는데 이때를 일컬어 독자와 인물의 거리가 가깝다고 표현합니다. 소설에서 거리란 서술자와 인물, 서술자와 독자 그리고 독자와 인물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심리적으로 가깝거나 먼지를 나타내는 정도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서술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서술자와 주인공 사이가 당연히 매우 가깝습니다. 이와 달리 작가 관찰자 시점이라고도 일컫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서술자가 인물의 상황만을 전달하기 때문에 서술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소설의 거리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 글을 읽는 이해와 재미가 한층 더 상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