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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방을 향해 달려간 소녀 외딴 방에서 도망치다

by 깊은쌤 2024. 7. 1.

나는 학교에 가기 위해, 공장 굴뚝의 연기를 참아낼 수 있기 위해,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꿈이 필요했었다.

 

자전적 소설

열여섯의 나는 시골에서 벗어나 서울로 가기 위해 쇠스랑으로 자신의 발을 찍고 그 쇠스랑을 우물 속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외사촌 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나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며 큰오빠와 함께 가리봉동의 외딴 방에 기거하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가난과 절망에 시달렸던 나는 산업체 학교의 최홍이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작가가 되려는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하게 지냈던 희재 언니의 죽음을 통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작가가 된 나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 묻어 두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시절의 상처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의 소설 외딴 방은 1994년 겨울부터 계간지 문학동네에 총 4회에 걸쳐 분재된 신경숙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 쓰인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나'가 열여섯 살에서 스무 살까지 구로공단 공장에서 일하며 고등학교에 다녔던 시기를 회상하는 수법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여직공이 그러했던 것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가난과 절망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향학열을 잃지 않았고 힘들었지만 야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됩니다. 얼마 후 가난하고 불우한 일상을 보내야 했던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진 그녀의 자살을 통해 주인공은 비로소 외딴 방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작품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밀려 점차 쇠락하고 있는 농촌 공동체에 대한 향수와 동경 등을 불러일으켰었던 초기 작품들과는 달리 청년기의 아프고 잔인했던 시절을 단조로운 문체와 선명한 서술을 통해 현재처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술상 빈번히 나타나는 말줄임표나 말없음표 등을 통해 이 같은 고백적 진술 자체가 매우 힘든 것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도 작품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성장소설 vs 노동소설

소설 외딴 방의 가장 기본적인 서사 골격은 희재 언니라는 인물의 죽음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된 주인공이 현재 시점에서 그 상처로 인해 뒤돌아 보지 않던 외딴 방 시절을 글로 써 내려가는 동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즉 글쓰기를 통한 주인공의 치유 및 성장 과정이 작품의 기본 골격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성장 소설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인공은 자신이 여공으로서 삶을 살아야 했던 열여섯에서 열아홉의 시기를 회상하고 이를 글로써 재현합니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앞에서 그리고 언제나 실이 꿰어져 있는 미싱 바늘 앞에서 고운 눈매 대신 고단한 눈매로 우리는 존재합니다.' '흥겨움이 물씬 밴 구수하고 정감 넘치는 감정 대신 겨우 점심시간이나 빌어 옥상에서 고작 햇볕을 쬐는 푸른 작업복의 우리와 희재 언니가 그곳에 존재할 뿐입니다.'라는 식으로 이 작품에는 당시의 노동자들의 삶을 선연히 재현하였습니다. 유신 말기 산업 역군들의 모습은 사실 그 힘찬 호칭과는 달리 너무나 지치고 안쓰러운 모습이었습니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산업화와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던 여공들은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많게는 12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이 소설을 통해 서글프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의 전개인 듯 보입니다.

 

작품의 특징

소설 외딴 방은 사실도 아닌 그렇다고 허구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소설 속에서 소설이 쓰이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여공으로서 외딴 방에서 살아왔던 시기를 회상하며 이제는 작가의 신분을 가지고 당시의 스스로를 재현해 나갑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넓게는 주인공이 외딴 방 시절에 관해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는 1994년부터 1995년에 이르는 시간대와 여공으로 존재했던 과거의 시간대를 각각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현재 시점에서 과거 시간대로 옮겨 가서 과거의 이야기를 모두 서술했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평면적 구성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외딴 방 시절의 과거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집필하는 현재의 시간이 번갈아 나타나게 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의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서술되지 않고 현재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개입해 들어가는 형식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식을 갖춰 서술함에 있어 문장의 길이는 짧고 단조롭게 그리하여 사진 찍듯 선명하고 왜곡됨 없이 과거의 모습을 진실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작가는 다양한 표현들로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