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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길의 닮은 느낌 소설 두 편

by 깊은쌤 2024. 7. 11.

종소리는 전쟁의 비극을 세상에 전하고 평화를 바라는 소리로 볼 수 있다.

종탑 아래에서

환갑이 다 된 초등학교 동기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자신의 옛이야기를 합니다. 마지막 순서로 말수가 없는 건호가 나서서 어린 시절의 사랑이야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주인공 나, 건호는 어느 날 군청 관사 정원을 지나다 명은이를 보게 됩니다. 건호는 그녀가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 달아납니다. 다음 날부터 나는 명은이와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명은이에게 전쟁 이야기를 전하다 갈등을 겪게 되고 그 후 종소리를 계기로 화해합니다. 종을 울린 백마 이야기를 명은에게 들려주고 종탑 아래에서 종소리를 듣게 됩니다. 명은이는 직접 종을 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종을 관리하는 딸고만이 아버지 때문에 명은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나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명은이와 함께 종탑에 가서 종을 치고 그녀의 울음소리와 함께 종소리는 울려 퍼집니다. 나, 건호의 이야기를 들은 초등학교 동기들은 그 이야기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다 새벽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작품은 순박한 소년과 끔찍한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6. 25 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건호는 앞을 볼 수 없는 명은이에게 호기심과 연민을 갖게 되는데 그 감정은 종탑 아래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통해 극대화됩니다. 종소리는 고통스러운 상처를 치유하고 구원을 바라는 명은이의 소망을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소년의 도움으로 소녀가 종을 울리는 결말은 전쟁의 상처와 절망이 공감과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작가 윤홍길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전쟁에 접근함으로써 6. 25 전쟁이 사람들에게 준 고통과 슬픔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방언과 일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여 당시의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심리 제시

종탑 아래에서의 서술자는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인물 나, 건호입니다. 이러한 서술자는 자신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서술할 수는 있지만 다른 인물의 심리는 관찰이나 추측을 통해 간접적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술자가 인물의 성격을 직접 말해줌으로써 독자는 인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을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과는 달리 대화나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간접적 제시 또는 보여주기라고 합니다. 이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보다 객관적으로 제시됨과 동시에 이로 인해 극적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해당 소설 종탑아래에서는 서술자가 어린아이입니다. 그로 인해 더더욱 다른 인물의 심리를 추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린 서술자를 내세우면 전쟁의 상처를 사랑과 연민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에 있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선은 순수한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전쟁의 상처라는 문제적 현실과의 대비도 잘 이루어지기 때무입니다.

같은 시대 다른 소녀의 아픔

기억 속의 들꽃 역시 어린 서술자의 눈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보여 주는 윤홍길의 단편소설입니다. 명선이는 피란길에 공습을 만나 부모를 잃고 탐욕스러운 숙부에게서 도망칩니다. 그 후 명선이는 우연히 마을에서 만난 주인공 나를 따라와 나의 어머니에게 금반지 하나를 주고 나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구박이 심해지자 명선이는 또 하나의 금반지를 어머니에게 건네지만 오히려 더 많은 금반지를 얻으려는 어머니는 명선을 추궁합니다. 이후 명선이는 명선에게 금반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합니다. 명선이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많은 아이입니다. 특히 비행기 소리를 병적으로 무서워하는데 그 이유는 전쟁 중 비행기 공습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명선이 또한 비행기 소리에 놀라 다리에서 떨어져 죽게 됩니다. 명선이를 죽게 한 표면적 이유는 비행기의 폭음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전쟁의 비극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명선이를 향한 어른들의 이기심과 물질적인 탐욕이 명선이를 죽음으로 이끈 것입니다. 끊어진 다리 끝에서 금반지가 든 주머니를 발견한 주인공이 금반지를 떨어뜨린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명선이가 끊어진 다리를 위험하게 건넌 이유를 깨닫게 된 것에 놀라 떨어뜨린 것일 수도 있고 금반지가 명선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임을 깨달아 일부러 떨어뜨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인공 '나'가 금반지를 떨어뜨린 행동이 갈등과 비극의 원인을 소멸시키는 행위임과 동시에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