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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칠과 응오가 만무방이 된 이야기

by 깊은쌤 2024. 7. 5.

만무방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응칠이와 응오가 빚어내는 서글픈 현실을 그렸다.

식민 사회의 농민

만무방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대부분을 응칠이의 시선에 따라 서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는 응칠이가 사건과 인물에 대해 알고 있고 생각하는 만큼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독자는 도둑이 응오라는 것을 알고 응칠이와 비슷한 강도로 놀라게 됩니다. 만약 응오의 시선에 따라 서술이 이루어졌으면 벼 도둑이 미리 밝혀질 수밖에 없어 반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응칠이가 벼 도둑을 잡는 사건 속에 응칠이가 만무방이 된 사연과 응오가 벼를 베지 않는 이유 등의 과거 사건이 조금씩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들은 벼 도둑 잡기 사건에 가려져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독자들은 소설의 결말을 확인한 후에야 사건의 조각을 맞추어 두 형제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독자는 결말에 이르러 놀람을 경험하고 등장인물을 그런 처지에 놓이게 한 가혹한 현실에 대해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소설 만무방은 응칠과 응오 형제의 삶을 통해 일제 강점기 농촌 사회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성실한 농군 응오는 농사를 지어 봤자 오히려 빚만 늘게 될 것을 알고 추수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심지어 밤에 몰래 자기 논의 벼를 도둑질합니다. 이러한 비극적 상황은 식민지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폭로하고 있으며 당시 소작인의 고충과 빈곤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이 작품에서는 성실한 농민이었던 응칠과 응오 형제가 변해 가는 모습에 주목해야 합니다. 응칠은 원래 성실한 농민이었지만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박과 절도를 일삼는 만무방이 되고 맙니다. 응오 역시 순박하고 성실한 농민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가혹한 지주의 착취에 맞서 추수를 거부하고 급기야 자기 논의 벼를 몰래 도둑질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작가는 식민지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학적으로 그려 냈습니다.

만무방

만무방이란 원래 염치없이 막되어 먹은 인간이라는 뜻으로 이 작품에서는 빚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도박과 도둑질을 일삼는 응칠이의 부랑하는 삶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실한 농부로 알려진 응오 역시 자신의 벼를 훔친다는 점에서 만무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응오의 일탈적 행동은 다소 우스꽝스럽고 소극적인 저항이지만 그 역시 현실의 절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응칠의 행동과 유사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1930년대의 농촌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만무방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만무방은 모순된 구조의 사회가 빚어낸 인간형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반어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인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일제 강점기 궁핍한 농촌 현실에 대한 저항 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시의 농민들은 일제와 지주 그리고 고리대금업자의 가혹한 수탈로 빚만 늘어나는 사회 구조적 모순에 처해 있었습니다. 작품에서 모범 농군 응오는 도둑이 되고 만무방이 된 응칠과 응오라는 역할적 장치는 개인의 성격이나 도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닌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개인의 행동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조화

응칠은 원래 성실한 농군이었습니다. 그러나 몰락하여 도박과 절도를 일삼으며 살아가는 만무방이 됩니다. 그 동생 응오는 여전히 성실하게 농사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그런 그가 논에서 벼를 도둑질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자신이 의심받을 것을 염려한 응칠은 직접 도둑을 잡으러 나섰다가 새벽에 응오의 논에 숨어듭니다. 응칠은 도둑질을 하러 온 자를 붙잡고 복면을 벗기는데 범인이 바로 응오였음을 알게 됩니다. 응칠은 함께 황소를 훔치자고 제안하려는데 그런 자신을 뿌리치는 응오에게 홧김에 몽둥이질을 하고 쓰러진 동생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며 그를 업고 고개를 내려옵니다. 소설 속에서 응칠과 응오가 보여 준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를 아이러니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탈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 비해 사회의 질서를 준수하며 사는 삶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만무방에서는 막되게 살아가는 사람이 배척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 되는 상황과 성실한 농군이 노동의 대가를 얻기는커녕 자기 논의 벼를 도둑질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상황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는 윤리적으로 살고자 하던 사람도 일탈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일제 강점하 농촌 질서의 부조리함을 부각하며 그러한 질서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농민들에 대한 연민을 환기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