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나의 시어머니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딸만 낳은 며느리를 구박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를 듣고 남아 선호주의에 갇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사돈과 며느리 등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친구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의 남편은 외아들이다. 첫딸을 낳은 후 나는 시어머니가 아들을 바랐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편해한다. 나는 그 후로도 딸을 셋이나 더 낳는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는 남아 선호 사상이 만연해 있던 사회의 모습과는 다르게 성별과 관계없이 손주들의 탄생을 기쁘게 맞아주셨다. 나는 그런 시어머니를 존경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시어머니가 치매 상태에 놓이게 되자 나는 그분을 모시는 것에 대해 정신적 고통을 느끼며 신경 안정제를 복용할 만큼 괴로워한다. 결국 목욕을 시키며 시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한 나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모실 수용 기관을 알아보러 간다. 그렇게 찾아 나선 길에서 우연히 본 '박'은 나로 하여금 '해산 바가지'를 통한 시어머니의 소중한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시어머니가 정성껏 해산 바가지를 준비하시고 첫국밥을 말아 주시던 모습을 생각하며 생명의 고귀함이라는 가치를 깨닫는다. 그리하여 지금까지의 갈등을 해소하며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려던 자신을 반성하고 계속 모시기로 결심한다. 이후 나는 3년 동안 시어머니를 더 모시고 어머니는 평화롭게 임종을 맞이한다. 시어머니를 통해 깨닫게 된 삶의 소중한 가치는 작품에 등장하는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는 성별에 따라 구별되어 작용하지 않으며 정신이나 육체가 온전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구별되어 작용하지 않음을 본인의 느낀 바대로 독자에게 온전히 전하고 있다.
마당 깊은 집과 어머니
나는 시골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중노미로 살면서 초등학교를 마친 후 대구 장관동의 마당 깊은 집에서 세 들어 살고 있던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이 집에는 나의 가족 외에 6. 25 전쟁으로 피란 온 두 가족과 상이군인 가족이 세 들어 살고 있다. 어머니는 '나'가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엄하게 기르는 한편 중학교 입학이 미뤄진 나에게 신문팔이를 시킨다. 늦가을 주인집은 세 든 가족들 중 한 가족을 내보내기로 하는데 나의 가족이 제비 뽑기에 뽑힌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한겨울에 이사 나가기가 어려운 어머니는 새로 들어오기로 한 정 기사와의 계약으로 마당 깊은 집에서 계속 살게 된다. 3월 말에 집주인은 세를 주었던 곳을 허물고 집을 새로 짓겠다고 하여 세 들어 살던 가족들은 모두 흩어지게 된다.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6. 25 전쟁 직후의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당 깊은 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당시 우리 사회를 축소해 놓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어린아이인 나의 시선으로 전쟁 직후 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 준다. 또한 아이의 시점과 함께 어른이 된 나의 시점을 교차하며 성장 소설적 성격도 드러내고 있다. 6. 25 전쟁 직후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인한 파괴는 가족의 상실이나 가족 관계의 왜곡 따위의 문제를 낳는다. 또한 경제적 궁핍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키고 인간관계를 각박하게 만드는 문제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바람직한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하는 노력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도 함께 나타난다. 작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은 이와 같은 전후의 시대 현실을 잘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 엄마
나의 어머니 그녀는 어린 시절 몇 해 차이 나지 않는 사촌의 부족한 보살핌으로 불편한 다리를 갖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의 뜨거운 구애로 결혼을 하였으나 그녀의 시어머니는 구박과 조롱을 일삼았다. 그런 나의 할머니가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소위 말해 중풍으로 쓰러지고 그토록 구박했던 며느리의 보살핌을 받다 돌아가셨다. 지금도 그녀는 나의 할머니를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해산 바가지 속 어른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었으므로 소설 속 인물이 온전히 허구적 인물은 아닐까도 의심했으나 박완서의 해산 바가지는 자전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다. 마당 깊은 집의 어머니 또한 냉랭한 듯하나 자식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온전히 품은 그리하여 따듯한 어른이다. 오늘 나는 문득 나의 어머니가 좀 더 넉넉한 어른들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한숨 섞인 아쉬움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