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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기법을 보여준 소설 미스터 방과 탁류

by 깊은쌤 2024. 4. 18.

보잘것 없던 방삼복이 벼락 출세한 덕분에 과시와 허세에 빠져 있다.

 

<미스터방 > 들여다 보기

<미스터 방>은 1946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해방 직후의 혼란한 사회 상황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현실 비판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이는 작가 특유의 판소리체가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인물의 희화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소설의 서사는 비교적 단순하다. 보잘것없는 신기료 장수 방삼복이 미군의 통역을 맡게 되어 '미스터 방'으로 벼락출세를 한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로 급격히 몰락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에서 주로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미스터 방이다. 그는 권력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자기 과시와 허세에 빠져 있다. 작가는 그러한 인물이 출세하게 되는 시대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다른 풍자의 대상은 백 주사이다. 백 주사는 일제 강점기 내내 순사 아들 덕분에 부귀를 누리던 친일파 인물로 해방 후에는 새로운 권력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청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아직 청산되지 않은 해방 직후의 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풍자의 양식은 부정적인 대상을 비판함으로써 바람직한 인간상과 사회상을 추구하는 양식으로 고전과 현대를 초월하여 우리 문학에서 자주 발견되는 중요한 전통이다. 채만식의 <미스터 방>에서도 풍자를 통해 능력 있는 사람보다 기회주의자나 아부하는 사람들이 출세하는 해방 후의 혼란스러운 사회를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의 완벽주의자 채만식

채만식은 고등보통학교 재학 시절인 1920년 부모의 권유에 못 이겨 구식 중매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는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는 바람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첫 부인과는 헤어지고 신여성과 다시 결혼을 한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속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일찍 결혼한 지식인이 구 여성인 아내를 멀리하고 신여성을 새로 맞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그의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그의 첫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 <과도기>에는 세 명의 일본 유학생이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당시 그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던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채만식은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평소 말수가 적고 친구도 많지 않았다. 또한 고집이 세고 직선적이며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남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에는 가지고 다니던 휴지로 식탁에 놓인 수저를 닦을 정도였으며 불의에 대해서는 참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걱정의 말을 하면 "그런 일에 눈을 감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소설을 쓰는 데에도 그대로 나타나서 그는 마침표와 쉼표 하나하나를 찍을 때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무척 겸손해서 자신의 작품은 후배에게 참고될 것이 없다고 하면서 "문학을 하되 나처럼 해서는 못쓴다."라고 타일렀다고 전해진다. 

 

한국 풍자 소설의 명작 <탁류>

양반 계급 출신인 정 주사는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사회적 변동기에 미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도시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 주사의 딸 초봉은 사기꾼이자 호색한인 은행원 고태수와 결혼하지만 얼마 후 태수의 친구인 장형보의 흉계로 남편을 잃고 그에게 몸까지 더럽힌 채 집을 나온다. 상경하던 길에 아버지 정주사의 친구이자 약국 주인이었던 박제호의 유혹으로 그의 첩이 되지만 곧 다시 장형보와 살게 된다. 초봉은 자신과 딸에게 악행을 거듭하는 장형보를 살해하고 자살을 하려 하지만 동생 계봉과 계봉의 연인인 승재의 권유로 경찰에 자수한다. 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의 혼탁한 시대 현실 속에서 타락하고 몰락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소설 <탁류>는 1937년 12월부터 1938년 5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 소설이다. 모함과 사기 그리고 살인 등 부조리로 얽힌 1930년대의 사회상을 풍자한 냉소로 엮은 채만식의 대표작이자 한국 풍자 소설의 명작이다. 채만식이 일생 동안 추구해 온 소설의 소재는 민족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충실한 증인으로서 당대의 중대한 문제들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역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려 했다. 그런데 그가 본 현실은 부정적인 현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므로 채만식 문학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그의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