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순이 삼촌1 제주 4. 3 사건의 참상과 민중의 수난 순이 삼촌서울 큰 회사의 부장 자리에 있는 나는 8년 만에 할아버지의 제사에 참여하러 비행기를 타고 고향 제주도 서촌으로 갔습니다. 일곱 살 때 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4. 3 사건 전에 아버지는 경찰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해 버렸기 때문에 큰아버지 밑에서 사촌과 함께 자랐으며 이곳 뭍으로 건너와 공부하고 직장을 얻어 그럭저럭 15여 년을 보냈습니다. 8년 만에 찾아간 고향, 제삿날이기에 친척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쉽게 확보됩니다. 그런데 그 친척 중에서 꼭 있어야 할 순이 삼촌이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이 고장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삼촌이라 부르며 가까이 지내는 풍속이 있는데 순이 삼촌은 나이 많은 여인으로 불과 두 달 전까지 1년 간 나의 서울 집에서 식모.. 2024. 7.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