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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 지식인이 남긴 아홉 켤레의 구두 그는 떠났고 구두만 남았다.스무 평짜리 주택에 세 들어 사는 동안 우리 부부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있어 '선생 댁'이라는 호칭으로 통했다. 우리는 호칭과 함께 그들이 보여주는 동경 그리고 지나친 관심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또 몇 푼 안 되는 과자 부스러기로 가난한 애들에게 못된 일을 시키는 아들의 비뚤어진 행동은 성남의 고급 주택가에 무리하게 집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재정상의 문제를 다소 메워 볼 생각으로 방을 하나 세놓으려는 과정에서 권 씨 가족이 이사를 왔다. 전세금 20만 원. 그중 10만 원은 아예 내지도 않았고 게다 두 명의 자식 외에 뱃속에 또 한 명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출판사에 다니던 권 씨는 집을 장만해 볼 생각에 철거민 입주권을 얻어 광주 대단지에 20평을 분양받았으나 땅값과 세금.. 2024. 4. 28.
민족의 아픔이 탄생시킨 분단소설 광장과 장마 분단소설분단소설이란 6. 25 전쟁 이후 고착된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창작된 소설을 일컫는다. 분단 소설은 주로 이념 갈등에 의한 분단의 모순과 문제를 다룬다. 이산가족의 아픔과 상처의 이유 그리고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과 노력 또한 소설의 주제로 다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최인훈의 광장을 비롯 윤흥길의 장마와 황석영의 한 씨 연대기 그리고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이 있다. 이 중 은 남과 북의 이념적 대립 상황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분단 현실에서 남북한 사회가 지닌 이념적 허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했다. 그러다 은혜와 태어나지 못한 아이의 표상인 갈매기를 따라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2024. 4. 26.
비극적 서정미를 품은 달밤의 이태준과 그 속의 관찰자 작가의 삶과 문학이태준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개화파 지식인이었던 아버지 이문교의 일남 이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개혁을 도모하다 실패하고 쫓기는 몸이 된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령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사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들과 다시 귀국길에 오른다. 귀국 도중 어머니가 여동생을 낳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는 함경북도 이진에 정착한다. 삼 년 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고아가 된 이태준은 철원으로 돌아가 친적집을 떠돌며 길러지게 된다. 철원에서 보통 과정인 봉명학교를 졸업한 후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결심으로 가출하였다. 원산의 객줏집 사환으로 일하는 등의 방황을 거듭하다 거의 고학으로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조치 대학에 입학한다.. 2024. 4. 24.
소설가 이문구의 유재필 이야기 유자소전 충남 보령 출신의 유재필은 매사에 생각이 깊고 곧은 성품을 지녔다.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나'의 고향 친구이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특유의 붙임성과 행동으로 학교의 명물로 불렸다. 어린 시절 확성기 수리를 도우며 야당의 정치 유세를 따라다니던 인연으로 '비서관'이란 대외용 명함을 지니고 한동안 야당 정치인의 자택에서도 살았다. 그러다 오원 군사 정변이 일어나자 조사 대상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털어 봤자 나올 것이 없는 몸이었기에 무사히 풀려날 수 있다. 이렇게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되었다. 그는 제대 후 군에서 배운 운전 실력으로 재벌 총수의 운전수가 된다. 그런데 그의 기질로 인해 총수의 눈 밖에 나는 사건을 겪은 후 노선 상무로 좌천을 당하고 만다. 좌천된 상황.. 2024. 4. 22.